하루하루 어휘도 늘고, 문장력도 늘고, 문해력도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리스닝 능력이 모자라다. 채팅과 메일로 의사소통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지만, 회의 때마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단어 조각들을 알아듣는데 모든 정신을 쏟아도 따라가기 힘들다. 특히나 이야기가 길어지거나 논리적인 설명인 경우 이해도는 더더욱 시궁창행.

내가 영어의 소리를 제대로 못듣는 것은 확실하다. 이를 실감할 때는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보다 새로운 단어를 들었을 때다. 특히나 새로 만난 사람의 이름을 듣고 발음할 수가 없다. 영어로 2년이 넘게 일해도 “소리를 듣는” 능력만큼은 잘 늘지 않는다. 내 기준이 별나게 높은 것은 아니고, 다른 이들을 보면서 세운 (나름) 현실적인 기대치에도 매우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최근에 리서치를 하다보니 재미있는 내용을 발견했다. 리스닝 트레이닝은 크게 extensive training와 intensive training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인데, extensive training 적당히 알아들을 수 있는 컨텐츠를 장시간 청취하는 방법이다. 반대로, 짧은 스피치를 선정해서 강세나 억양, 음소까지 집중적으로 연구하며 모사하는 것이 intensive training이다. 물론, 이 두 가지 훈련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한다.

나의 주로 영어로 된 팟캐스트나 유튜브를 들으며 듣기 훈련을 해왔다. 연구와 모사를 병행한 듣기 공부는 꽤 예전에 적당히 하다가 말았다. extensive training에 주력해온 것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최근에도 intensive training의 사례가 있긴 했다. 영어 리스닝을 연습하며 소리에 집중한 다음 날에는 듣는 것이 훨씬 수월해진다. 소리를 듣는 별도의 훈련이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확신이 없어서 몇차례 시도 후에 그만두었지만.

이런 저런 생각을 모으다보니 현재 필요한 것은 intensive training이라는 점이 확실해진다. 짧은 스피치를 선정해서 발음을 면밀히 연구하고, 모사해야겠다. 조금 더 나아간다면 셰도잉도 괜찮겠다. 여기에 유용한 학습자료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있을지 모르니, 그것도 찾아봐야 한다. 아직까진 첫 걸음이지만, 나만의 방법론을 섬세하게 계발해보자.

아무튼 나이가 들어 배우려면 잘 돌이켜보며 면밀히 계획해야 한다. 이번에는 회고도 계획도 잘 풀려, 다음 단계로 향하는 작은 길을 발견한 것 같아 기쁘다.

ps. 그런데… 어째서 적잖은 영어 지도자들은 문해력을 계발하면 자연히 리스닝까지 좋아진다고 했을까? 나의 가설은, 그들이 젊었을 때 -늦어도 20대에- 영어를 습득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소리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감각이 발달할만한 젊은 잠재력이 그들의 뇌에 있지 않았을까. 반면, 요즘 찾아보는 영어 지도자 중에는 “나이가 들어서 배우는 방법”은 어릴 때와는 확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하여간, 어디서나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