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하던 일에서 뜻밖의 발견. 여느 때처럼 어휘 암기를 하는 도중에 잘 외워지지 않는 단어가 있었다. 예시를 암기하면서 문맥을 체감하면 더 잘 외워지겠지 싶어서 문장을 읽고 눈을 감고 암송해봤다. 잘되지 않는다. 눈을 뜨고 다시 읽었고, 이번에는 가까스로 암송할 수 있었다. 수없이 반복해온 과정인데, 문득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왜 이게 안되지? 혹시, 문해력은 고사하고 문장 하나를 매끄럽게 이해하는 것부터 안되는 건가?”

물론 익숙한 어휘로 쓰인 익숙한 구조의 문장은 한 번에 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번에 암기가 되는 문장이 특별히 어려운 구조나 어휘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아주 약간 더 어렵기만 해도 단숨에 외우는 것이 어렵다. 어쩌면 무거운 사실을 시사하는 걸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도 빠르게 의미만 훑어내는 수능식 독해를 하는 것이 아닐까? 아찔한 긴장감과 함께 위장이 조여온다.

한국어에도 같은 과정을 재현해봤다. 여러 종류의 문장을 한눈에 외워보려고 했는데, 상대적으로 외우기 쉬운 문장이 있었고, 두세 번 읽어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문장도 있었다. 하지만 분명 영어보다 국어가 수월했다.

내게 문장을 온전히 머리에 담는 능력이 부족한 것인지, 문장을 읽을 때 충분히 집중하지 않은 것인지, 원인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둘 중 하나일 수도, 둘 모두일 수도 있다. 어쨌든 한 가지는 확실하다. 당장 능력을 갈아치울 수는 없으니, 과정의 질을 높이는 것만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다. 답만 빠르게 찾아내는 “요령”에 익숙해지면, 그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상당 부분 놓치고 만다. 특히나 영어 비원어민인 나는 배우기 위해서라도 문장 하나하나를 외우듯 집중해서 머리에 넣어야 한다.

생각해보면 읽기의 효과 중 하나가 전체적인 문해력과 함께 문장 이해력을 향상시키는 것인데, 요즘 등한시하고 있기도 하네. 읽기도 꾸준히 하자.

과정에 집중하고 스스로 관찰하고 개선점을 찾는 습관을 만들어야지. 과정의 질을 개선하면 성취의 속도와 질, 모두를 향상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