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할 일을 할 때가 왔다.

회사가 나에게 자기계발 계획의 작성을 권하고, 매니저도 강력하게 권하고 있다.

나는 자신의 학습 계획을 회사 내의 누군가에게 공개하는 것이 싫다. 회사에서 하라고 했다면 더욱 싫다. 공개의 대상이 매니저라면 끔찍하게 싫다. 사적인 면을 드러내는 것이 싫고, 계획 실패의 부끄러움을 감당하기도 싫고, 숙제 검사받는 듯한 기분도 싫다. 하지만 이 마음을 품은 채로 계속 지내도 될까?

2019년의 나는 꽤나 야심차서, 한발을 조금씩 걸치고 있는 모든 영역에서 intermidiate 이상의 능력을 갖추고 싶었다. 벅찬 가슴으로 학습 마인드맵을 그리고, 목표 수준과 일정을 표로 만들며 뿌듯했었다. 하지만 2019년의 학습 마인드맵은 별 업데이트 없이 그대로 벽에 붙어있고, 일정 표는 어디에 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자기관리의 부재가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반대로, 회사가 제시하는 방법-자기계발 계획과 과정을 매니저와 검토-은 사실 꽤나 효과적이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휴.

다른 면을 생각해보자.

  1. 나는 승진을 원하고,
  2. 승진을 위해서는 (성과와 함께) 특정 능력이 필요하며,
  3. 능력 계발은 개인에게도 좋기 때문에,
  4. 자명히도 기꺼이 계발에 힘을 써야 한다.

또한

  1. 또한 회사는 능력 좋은 직원을 원하며,
  2. 직원의 자기계발 과정의 관리와 증명을 원하기 때문에
  3. 자기계발을 금전적으로 지원하면서도,
  4. 매니저의 참여를 통해 제도적으로도 지원하는 것이다.

최근 며칠동안 샤워할 때마다 합리화에 살을 붙이고 덜어내는 과정을 거치다보니, 긍정회로를 풀가동한 듯한 논리가 탄생했다.

한편으로는

  1. 회사의 지원으로 갖가지 온라인 코스를 들을 수 있고,
  2. 언어 튜터링도 받을 수 있는데다,
  3. 상당량의 책도 구입할 수 있다.
  4. 그러니 과정을 공유하는 수고와 심적 불편은 감수할만하다.

제어받는 기분을 싫어하는 개인 성향을 떠나서 이점이 있는 것이 분명하니 회사의 제안을 받아들이는게 나은 것 같다. 하지만, 내 마음의 구석에서 떠나지 않는 반골기질이 무척이나 불편한 기분을 만들어낸다. 마음을 분명히 먹어야 한다. 이건 강제가 아니다. 회사에선 권고할 뿐이다. 이건 내가 이용할 수 있는 제도일 뿐이지 강제가 아니다…

그리하여, 올해에 계획한 아이템을 나열해보면 아래와 같다. 대부분 매니저와 토의할 스프레드시트에 적힌 내용이다. 현실을 반영하려고 나름 고심했지만, 얼마나 달성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래에 필요한 금액을 회사에서 전액 지원한다고 생각하면 꽤나 위안이 된다.

  • Microservices: Udemy 강의, 도서
  • Domain-driven 설계: Udemy 강의, 도서
  • Kafka 기초: Udemy 강의
  • 최신 Spring: Udemy 강의
  • 코칭 기초: Udemy 강의
  • 애자일과 스크럼: Udemy 강의
  • 영어 튜터링: 튜터링 플랫폼
  • +a 개발 서적 (클린코드 같은 고전을 잔뜩 사야지)

영어를 생각해도 이게 옳은 길이다. 현재 애매한 수준의 영어가 티핑 포인트를 돌파하려면 더 많은 인풋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타인에게 공유하는 자기계발 계획을 동력삼아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읽는 것이 분명히 도움이 된다.

쓰다보니 자신에게 펼치는 재미없는 논설이 되었다. 이제 생각을 멈추자. 계획을 행동으로 옮기고 매니저와 대화를 나누다보면 조금씩 재미있어지겠지. 할 일을 하고, 모든 것이 나아지길 기대하자.